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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의실에 고객은 없습니다

조회수 21

십 년 전에는 불만이 있는 고객이 전화를 걸었습니다.

그 통화는 우리 안에서 시작해서 우리 안에서 끝났습니다.

잘 달래면 그날의 일로 마무리됐고, 못 달래도 대체로 조용히 지나갔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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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다릅니다.

캡처 한 장이 몇 시간 만에 퍼집니다.

우리가 아직 상황 파악도 못 한 시점에 이미 여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.

해명은 언제나 늦게 도착합니다.

기술도 고객 편에 섰습니다.

마음에 안 들면 옮기는 데 3분이면 됩니다.

비교도, 해지도, 가입도 손안에서 끝납니다.

예전에는 불편해서 남아 있던 고객이 꽤 많았는데, 그 불편이 사라졌습니다.

기대치도 올라갔습니다.


이제 고객은 친절한 응대만 보지 않습니다.

이 회사가 어떤 태도로 일하는지,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까지 봅니다.

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탈이 생기는 이유입니다.

요구는 많아지고, 이동은 쉬워지고, 소문은 힘을 얻었습니다.


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고객이라는 존재의 무게가 달라졌습니다.

그리고 이 변화는 친절 교육을 한 번 더 하는 방식으로는 따라가기 어렵습니다.

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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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향과 중심은 다릅니다

고객지향성은 태도입니다.

고객을 잘 대하자, 불편하지 않게 하자, 웃으며 응대하자.

좋은 말이고 필요한 말입니다.


고객중심성은 기준입니다.

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, 무엇을 먼저 보느냐의 문제입니다.

이 차이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.

드러나는 건 이해가 충돌할 때입니다.

이번 달 실적과 고객의 불편이 부딪칠 때,

빠른 출시와 미완성된 기능이 부딪칠 때,

비용 절감과 상담 대기시간이 부딪칠 때.

이때 어느 쪽이 밀리는지를 보면 그 조직의 실제 기준이 보입니다.


지향은 여유가 있을 때 발휘되고, 중심은 여유가 없을 때 드러납니다.

그리고 태도는 사람이 바뀌면 함께 사라지지만,

구조는 사람이 바뀌어도 남습니다.

고객을 대변하는 자리라는 것

여기서 CS나 VOC, CX 부서에 계신 분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.


이 자리는 조직 안에서 인기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.

다른 부서에 불편한 소리를 전하는 일이 업무의 상당 부분이기 때문입니다.

개발팀에 가서 이건 고객이 못 쓴다고 말해야 하고,

영업팀에 가서 그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다고 말해야 하고,

경영진 앞에서 이번 지표가 왜 나빠졌는지 설명해야 합니다.


그러다 보면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.

"거기는 왜 늘 반대만 하느냐."

이 일을 '민원을 처리하는 자리'로 이해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.

매일 남의 화를 받고, 안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니까요.

소진되는 게 당연합니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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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같은 일을 '고객을 대변하는 자리'로 이해하면 다르게 보입니다.

회의실에는 고객이 앉아 있지 않습니다.

각 부서의 이해관계는 그 자리에 모두 대표가 있는데, 고객만 없습니다.

그 빈자리에 대신 앉아 있는 사람이 우리입니다.

이렇게 정리되면 불편한 말을 꺼내는 일이 반대가 아니라 역할이 됩니다.

그때 생기는 게 사명감이고 책임감이고, 결국 자부심입니다.

왜 사장 직속이어야 하는가

고객중심 조직을 이야기할 때 고객 담당 조직을 최고경영자 직속에 두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.


권한을 더 주라는 뜻으로 오해되기 쉬운데, 실제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.

고객의 목소리는 계층을 거치면서 순해집니다.

현장에서는 "이거 못 쓰겠다"였던 말이,

팀장 보고에서는 "일부 불편 의견이 있다"가 되고,

임원 보고에서는 "개선 검토 중"이 됩니다.

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.

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다듬었을 뿐입니다.

그런데 몇 단계를 거치고 나면 원래의 온도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.


그래서 중간을 거치지 않는 통로가 필요합니다.

날것의 목소리가 의사결정권자에게 그대로 닿을 수 있는 경로 하나가요.

조직도는 그냥 그림이 아닙니다.

어떤 정보를 온전하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선언에 가깝습니다.

우리 조직이 진짜인지 보려면

고객중심성은 슬로건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.

벽에 액자를 걸고, 전사 메일을 보내고, 캠페인을 한 달 돌린다고 바뀌지 않습니다.

그건 이미 다들 아실 겁니다.

그렇게 해봤는데 3개월 뒤에 제자리로 돌아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테니까요.


바뀌는 자리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.

성과지표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,

어느 부서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,

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지,

신제품 회의에서 고객 이야기가 몇 번째 안건인지.

이런 것들에 스며 있습니다.


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가치는 조직에서 오래가지 못합니다.

그래서 이 전환은 마음먹기의 문제라기보다 설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.


리더가 무엇을 약속하는지, 부서들이 어디를 향해 정렬되어 있는지,

프로세스와 지표가 그 방향을 지지하고 있는지.

한 번쯤 우리 조직을 이 기준으로 놓고 점검해 볼 만합니다.


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 보이면, 

다음에 무엇을 손봐야 할지도 함께 보입니다.




📌관련 클래스 바로가기 - [고객지향을 넘어, 고객중심 조직으로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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